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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광기 (양장)
출판사위고,  판형/쪽수 132*204mm/580,  출간일 2021-09-25  저자 필리스 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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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에 부치는 글 _이 이야기가 시대착오적 기록으로 남기를 바란다
개정판을 펴내며 _이 책을 쓴 후 과연 무엇이 변했는가?
들어가기 전에 _다시 찾은 데메테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

1부 광기

1장. 왜 광기인가?
정신병원에서 보낸 네 여성의 삶 | 어머니와 딸들: 삶에 대한 신화적 주석 | 여성 영웅과 광기: 잔 다르크와 동정녀 마리아
2장. 정신병원
정신병원 |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정신질환적 징후: 우울증, 불감증, 자살시도 | 세 가지 연구가 밝힌 정신분열증 | 이론적인 제안
3장. 정신과의사
미국에 정신과의사는 얼마나 있는가? | 오늘날의 임상 이데올로기 | 전통적인 임상 이데올로기 | 심리치료의 제도적 성격
4장. 여성의 정신과 환자로서의 병력
인터뷰

2부 여성

5장. 심리치료사와 성관계를 가진 여성
6장.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여성
7장. 레즈비언
인터뷰
8장. 제3세계 여성
인터뷰
9장. 페미니스트
인터뷰
10장. 여성 심리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 문화에서의 여성 심리학: 개별 여성 | 우리 문화에서의 여성 심리학: 집단으로서의 여성 | 아마존 사회: 비전과 가능성 | 생존의 문제: 권력과 폭력 | 미래를 위한 몇 가지 심리학적 처방 | 열세 가지 질문


참고문헌
저자소개:저자 : 필리스 체슬러 Phyllis Chesler
페미니스트, 정신분석학자. 1940년 미국 브루클린의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바드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과 결혼하여 카불에 갔다가 일부다처제 문화를 겪었고 이것은 페미니스트로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카불에서 돌아온 후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여성참정권을 위해 싸운 이들의 뒤를 이어 2세대 페미니즘의 문을 열었다. 뉴욕 사회과학대학원을 거쳐 뉴욕의과대학에서 신경생리학 펠로우십을 취득했으며,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후 1969년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 뉴욕시립대학 리치먼드칼리지에 최초로 여성학 과정을 개설했고, 이후 여성학은 뉴욕시립대 산하의 모든 대학에서 정규 교육과정으로 공인되었다. 1969년에 여성심리학회(Association for Women in Psychology)를, 1974년에 전국여성건강네트워크(National Women’s Health Network)를 공동 설립했다.

『여성과 광기Women and Madness』는 필리스 체슬러의 첫 책이다. 1972년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북 리뷰』 첫 페이지에 실린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품으로 기록되었으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페미니즘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카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카불의 미국인 신부AnAmerican Bride in Kabul』(2013)는 ‘2013 전국 유대인 도서상(National Jewish Book Award)’을 수상했다. 이 밖에 『남성에 대해서About Men』(1978), 『재판정에 선 어머니들Mothers on Trial 』(1986), 『가부장Patriarchy』(1994), 『젊은 페미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Letters to a Young Feminist』(1998), 『여자의 적은 여자다Woman’s Inhumanity to Woman』(2002), 『페미니즘의 죽음The Death of Feminism』(2005),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A Politically Incorrect Feminist』(2018), 『어느 여성 연쇄살인범에게 바치는 진혼곡Requiem for a Female Serial Killer 』(2020) 등의 책을 썼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욕』, 『LA 타임스』, 『글로브 앤드 메일』, 『프론트 페이지』, 『이스라엘 내셔널 뉴스』, 『미들 이스트 저널』 등 영미권을 비롯한 세계 각지 언론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글을 기고했다. 현재 뉴욕시립대 산하 스테튼아일랜드칼리지 심리학 및 여성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명예살인’으로 위협받는 이슬람 여성들을 대신해 법정 진술서를 제출하고 있다.

역자 : 임옥희
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를 역임했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젠더 감정 정치』, 『발레하는 남자, 권투하는 여자』,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주디스 버틀러 읽기』,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공저),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공저) 등을 지었으며, 『몸 페미니즘을 향해』, 『여자의 뇌』, 『전진하는 페미니즘』, 『일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서평:● 책의 구성

1부 ‘광기’, 2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간락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은 자서전 및 전기적, 역사적 자료에 토대해 네 여성의 생애와 정신과 병력을 제시한다. 이들을 통해 전반적으로 현대 가족 안에서 여성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밝힌다. 아울러 ‘정상성’과 ‘비정상성’에 대한 여성의 경험과 관련해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성모마리아나 잔 다르크와 같은 신화적이거나 역사적인 여주인공의 역할을 통해 분석한다. 생식 생물학과 가부장제 문화, 그리고 현대의 부모와 딸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떻게 여성적인 행동으로 간주되는 것들―자기희생, 마조히즘, 생식과 관련한 나르시시즘, 동정적인 ‘모성성’, 의존성, 성적 소심함과 불감증, 성적 문란, 아버지 숭배―을 공고화하게 되었는지, 더불어 어떻게 여성을 지나치게 혐오하고 평가 절하하게 되었는지 상세히 기술한다.

2장과 3장은 정신병원 입원과 심리치료 모두가 가족 안에서의 여성의 경험을 되풀이하거나 반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사들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여성의 비참함은 인간이나 성인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고 대부분이 여성인 자기 환자들을 흔히 한 인간으로보다는 ‘아내들’이나 ‘딸들’로 대하면서 치료한다. 정신건강, 그리고 인간성에 관한 이중적인 기준―하나는 남성을 위한, 다른 하나는 여성을 위한―은 여성과 남성에 관한 대다수 이론(치료 과정)을 비과학적으로 지배해왔다.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임상 이론과 실천은 3장에서 다룬다. 여성의 정신질환적 증후군(우울증이나 불감증 등), 남성의 정신질환적 증후군(알코올중독, 약물중독이나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을 포함해 우리가 광기라고 부르는 것(정신분열증)에 관한 새로운 개념 정의, 혹은 이들 증후군에 대한 다소 다른 방식의 이해는 2장에서 제시된다.

4장에서는 ‘정신질환’ 관련 통계를 분석하면서, 인구 대비 남성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이 정신과 환자라는 ‘병력’에 연루되어 있는데, 이 수치와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자료로 입증한다. 우울하고 초조하며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는 여성들, 신경쇠약, 발작적 울음, 분노 발작, 망상에 빠진 여성들, 자살을 시도하거나 너무 적게 혹은 너무 많이 먹는 여성들, 불안을 없애기 위해 정체불명의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여성들, 그리고 이들이 경험하는 적대감·욕망·공포·성적 불행·환상에 대해 다룬다.

4장에서 9장까지는 정신병원 입원과 외래 치료 경험에 관해 인터뷰한 환자 예순 명의 병력을 기술한다. 인터뷰한 여성들은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출신이 포함되었으며 그들의 나이 또한 열일곱 살부터 일흔 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들의 성 경험, 부부관계, 모성애 수준, 정치적인 입장 등은 대단히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었다. 그들 중 극소수만이 우리가 진짜 광적인 상태라고 부르는 것을 경험했다. 대다수는 단지 불행했으며, 전형적으로 (그렇다고 인정된) 여성적인 방식으로 자기파괴적일 뿐이었다.

● 세계를 ‘구하기’에 앞서 여성은 누구를 구해야 하는가

우리 어머니들, 할머니들, 증조·고조할머니들은 우리가 패배했거나 혹은 결코 싸워본 적도 없는 전쟁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패배가 얼마나 전면적이었는지, 종교와 광기와 불감증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애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왜 우리가 이해할 만하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우리 어머니들은 강간과 근친상간과 매춘과 우리 자신을 위한 쾌락의 부재 등에 관해 왜 그토록 침묵했을까? 우리 어머니들은 그렇게 많은 단어들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우리에게 여주인공을 말해주지 않았으며 페미니스트들과 여성 참정권론자들과 아마존과 위대한 어머니들에 관해 말해주지 않았을까?
_필리스 체슬러

체슬러는 여성은 언제나 전쟁을 치러왔다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여성은 언제나 패자였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성이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여성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여태껏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여성이 이미 치르고 있었던 성별 전쟁의 비전은 좀 더 확실해질 것이라고 체슬러는 강조한다.

여성의 심리적인 정체성은 자신의 생존과 자기인식에 대한 관심사로부터 구축된다. 여성이 ‘마음의 지혜’를 저버리고 남성이 될 필요는 없다. 이는 ‘뒷받침’이라는 가장 중요한 힘을 여성 스스로와 서로에게로 전환시켜야지 자기희생의 지점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여성은 다정하게 대하고 연민을 베풀고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일을 그만둘 이유가 없다. 여성은 먼저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여성들에게 부드럽게 대하고 연민을 느껴야 한다. 체슬러는 여성은 세계를 ‘구하기’에 앞서,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과 딸을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여성은 오로지 배우자나 생물학적 자녀를 갈망하고, 보호하고, 보살피는 외골수의 무자비함을 자기보존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무자비함’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 추천의 글

‘광기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 자체에 대한 도전. 앞으로의 그 어떤 연구도 이 책의 이론과 존재 자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_글로리아 스타이넘

강렬하고, 기민하고, 눈부시다. 정신의학적 사고와 실천을 여성화하는 데 공헌한 선구자적인 책. _에이드리언 리치

남성이 지배하는 정신의학이 여성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분수령. _미리암 그린스팬

이 세계를 깊은 잠으로부터 깨울 힘을 갖고 있다. _롤랑 자카르

● 본문 인용


최근에 이 책의 오디오북을 접한 독자가 내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이지 너무나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책이었어요!”
나는 당신이 좋은 뜻에서 하는 말임은 알지만 그 말이 나를 낙담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충격을 받고 내게 이유를 물었다. 내 대답은 이것이었다.
“나는 여성들의 정신건강이 지난 50년 동안 괄목할 만하게 좋아져서 이제는 이 이야기가 그저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를, 심지어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기록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책이 계속해서 유용하게 읽힌다는 사실에, 계속해서 현실을 조명하고 더 깊은 이해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pp. 8-9)

20세기 여성들은 인간 본성과 정신병원에서의 학대를 예리하게 관찰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보편적인 준거 틀이 없었다. 그들은 ‘광기’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받는 학대에 홀로 직면했다. 신도, 이데올로기도, 여성끼리의 유대감도 없이. 이러한 여성들을 누가, 어떻게 도울 것인가? 친구, 이웃, 그리고 때로는 아들이 그들을 구해줬다. 법률상의 변화 또한 있었다. 하지만 그 밖에 어떤 것이 귀중한 것으로 판명되었을까? (p. 76)

이 책은 여성의 심리학 혹은 말하자면 데메테르와 네 딸, 그리고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딸 엘렉트라의 여러 모습에 관한 책이다. 아울러 20세기 들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정신의학적인 환경에서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치료하고 있는지를 다룬 책이다. 어떤 신화들은 우리 시대 여성의 성격에 관한 기원과 모델로서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인다. 나는 여성에게 주어진 조건과 우리가 ‘광기’라고 부르는 것―신성하게 위협적인 행동인 광기의 웅변적 힘과 소모적 요구로부터 사회는 이성과 강제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사이의 관계를 기술하면서 여러 신화를 인용했다. (p. 91)

페미니스트 심리치료사는 믿는다. 여성들이 “너무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남자들이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여성들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아버지들 역시 자녀 문제에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여성을 구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심지어 스스로 페미니스트 구세주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여성을 구원할 수는 없다. 여성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기애(自己愛)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토대가 된다. 가부장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부장제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투쟁은 기적과도 같은 작업이자 평생의 과업이다. 내재화된 자기혐오와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혹은 그런 것에 맞서 싸우고 있는 여성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p. 57)

개별적으로 치료를 받고 공개적으로 입원을 한, 그래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대다수 20세기 여성들은 미친 것이 아니다. 플라스, 웨스트, 피츠제럴드, 패커드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대단히 불행하고 자기파괴적이며 경제적으로 무력하고 성적으로 불능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간주되지 않았던가.
우리 문화에서 정말로 미친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그와 같은 경험을 이해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제거해버린다. 광기는 차단되고 수치스러운 것이 되며 잔혹하게 취급당하고 부정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의 남성들과 정치학과 과학―그 자체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본보기―은 비이성적인 것, 즉 무의식적인 사건이나 집단적인 역사의 의미에 다가가거나 접촉하려고 하지 않는다. (p. 137)

젤다 피츠제럴드, 실비아 플라스, 엘렌 웨스트 등은 어머니의 사랑을 원하고 필요로 했다. ‘고유성’이나 영예를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 그 사랑을 갖고 싶어 했다. 그들은 아마도 궁극적으로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성의 요구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 모성의 부재로 미칠 지경이었을 것이다. 양육 박탈과 함께 그들의 고유성이나 영웅주의에 가해지는 제약이 그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그냥 ‘여자’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창조적인 인간으로, 혹은 그냥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남성의 창조성은 대체로 너무 고귀하여 그들이 보여준 기행과 잔인함과 정서적인 유치함은 간과되거나 용서되었으며, 심지어 ‘기대되기’까지 했다. (p. 145)

우리 사회에서 정신건강의 윤리와 지표는 남성적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분석가들은 주로 여성을 관찰했다. 그 이유가 남성이 여성을 ‘구원하고자’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성을 만들어내려는 욕망 때문인지, 혹은 여성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고 그들이 보다 협조적이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어쩌면 보다 뿌리 깊은 어떤 것이 지난 세기 동안 남성 정신과의사들로 하여금 미쳐버린 여성의 본질에 대해 무언가 쓰고 싶게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남성 정신과의사들은 여성에 관해 쓰는 것은 안전하며, 동시에 ‘치료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연구하면서 그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광기를 연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돌이나 돼지로 변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밸러리 솔라나스(앤디 워홀을 쏜 여성)는 메두사가 아니었고, 젤다 피츠제럴드는 키르케가 아니었다. 미친 여자들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pp. 209-210)

이 여성들은 ‘병들었는가?’ 의학적으로 ‘병든 것’ 이상으로 ‘병들었는가?’ 그들의 병은 그들이 병들었다고(우리 문화에서여성의 특권인 병든 역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이 여성들이 전형적인 성역할을 거부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은 것인가? 거꾸로 전형적인 성역할을 너무 지나치게 수용했기 때문인가? 그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은 우연인가? 어떤 경우든 그들은 결국 ‘치료받았어야’ 했는가? (p. 340)

여성은 ‘두뇌’ 아니면 ‘성기’, ‘가슴’ 아니면 ‘성기’, ‘어머니’ 아니면 ‘성기’라는 양자택일을 할 때라야만 남성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여성은 정서적이고 지적인 동시에 성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다. 여성이 이 세 가지 능력 모두를 발전시키기는 대단히 힘들다는 점은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다. 여성은 정서적이고 지적이며 성적인 능력을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가? 자기 비하, 성적 소심함, 이성애를 모델로 한 역할놀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레즈비언, 특히 페미니스트 레즈비언들은 지금 시점에서 인간으로서의 여성에게 산파·어머니·언니·딸·애인이 될 수 있다. (p. 366)

우리 어머니들, 할머니들, 증조·고조할머니들은 우리가 패배했거나 혹은 결코 싸워본 적도 없는 전쟁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패배가 얼마나 전면적이었는지, 종교와 광기와 불감증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애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왜 우리가 이해할 만하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우리 어머니들은 강간과 근친상간과 매춘과 우리 자신을 위한 쾌락의 부재 등에 관해 왜 그토록 침묵했을까? 우리 어머니들은 그렇게 많은 단어들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우리에게 여주인공을 말해주지 않았으며 페미니스트들과 여성참정권론자들과 아마존과 위대한 어머니들에 관해 말해주지 않았을까? (p. 443)

가부장적인 조건에서 살고 있는 여성은 일정한 특질에 의해 규정되거나 또는 어떤 특질이 없다고 규정된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대다수 여성들은 대담하고 힘 있고 지식이 있고 신체적으로 강하고 능동적이며 성적으로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페르세포네가 그랬듯이 말이다.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처럼 여성들은 아직도 순진하며, 무기력하고, 반발하는 희생자이다. 여성의 성욕은 남성에 의해 생식 목적을 위한 근친상간 행위로 규정된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는 망각의 꽃을 따서 모으던 도중에 납치되어 겁탈을 당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개별성의 꿈을 ‘망각’한다. ‘결혼’은 신화에서의 겁탈에 해당하는 현대적 대체물이다. (pp. 485-486)

페미니스트 집단을 포함해 여성은 개별 여성이건 아니면 집단 속의 여성이건 남녀 행동에 대한 유해한 이중기준을 버리기가 힘들다. 역설적으로 여성은 ‘성공’해서는 안 되지만 어떤 일에서든 성공한다면 그런 여성은 모든 면에서 성공하지 않는 한 여전히 실패한 것이 된다. 여성은 완벽한 존재(여신)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자(창녀)다(‘티끌 하나 없는 완전무결’이라는 폭력적인 조건화는 ‘불결’이라는 감각과 함께 묶여 사실상 어린 여자아이들에게까지도 깊숙이 새겨져 있다). 만약 여성이 중대한 과업을 성취한다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과 달리, 그런 성취를 이루기 위해 자녀를 돌보고 자기 외모를 가꾸는 것을 포기한다면 여전히 실패자에 속한다. 여성이 법적이고 지적인 투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여성 혹은 다른 남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그 여성은 실패자가 되고 만다. (pp. 500-501)

페르세포네-프시케-신데렐라로서의 여성은 특정한 것을 성취할 수 없다. 여성이 여성의 자격으로서 세계 평화나 보편적인 개인의 행복과 같은 목적을 남성이 성취하는 것보다 쉽고 빠르게 성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와 반대로 힘없는 인간으로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남성은 사회계급상 상대적으로 힘이 있기 때문에 ‘여성적’ 특성이 공적인 영역으로 흡수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기 위해 ‘남성적’ 특성을 갖추도록 장려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여성이 처음으로 조직화해 성취를 이룬 것은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자녀 양육, 낙태, 피임과 같은 이슈와 관련된 것들이다. 집단으로서, 이익집단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여성들은 이제야 경제·종교·전쟁·평화·과학·예술 등의 보다 ‘중대한’ 이슈들을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p. 506)

내가 성별 간 전쟁을 시사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을 치러왔다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여성은 언제나 패자였다고.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성이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여성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여지껏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우리가 이미 치르고 있었던 성별 전쟁의 비전은 좀 더 확실해질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오늘날 존재하는 것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세대 전쟁이다. 세대 전쟁은 항상 있어왔다. 부모는 자녀를 위하여 자신의 성장과 즐거움을 희생해왔다. 심리적이고 육체적인 죽음과 관련해서 볼 때 부모 희생자의 수는 엄청나다. 그러나 희생된 자녀의 숫자 역시 엄청나다. 부모들은 젊은 남성들을 전쟁으로 내몰아 죽게 만든다.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모성이라는 죽음에 내몰린다. 아동 학대, 아동 추행, 창의성과 개별성에 대한 억압 모두 세대 전쟁이다. 성별 전쟁과 마찬가지로 세대 전쟁 역시 오래된 것이다. 전쟁을 종식시키고 ‘패배자’를 ‘승리자’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만이 새로울 뿐이다. (pp. 523-524)
서지정보:책소개, 저자소개, 출판사서평, 목차
전 세계 3백만 부가 팔린 페미니즘의 고전
최초로 여성의 정신건강에 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 역작

“나는 이 책에서 여러 목소리―심리학 연구자, 이론가, 임상의학자―로 말했다. 그리고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인간으로서, 시와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했다. 여러분에게 이 책을 전하면서 나는 시간 여행을 하다 나쁜 소식을 가져온 전달자가 된 기분이 든다. 여러분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 책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_필리스 체슬러

● ‘여성’과 ‘정신건강’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 최초의,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작품

“강렬하고, 기민하고, 눈부시다. 정신의학적 사고와 실천을 여성화하는 데 공헌한 선구자적인 책.” _에이드리언 리치

페미니스트이자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선구자적인 저서 『여성과 광기』는 1972년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북 리뷰』 첫 페이지에 실린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품(에이드리언 리치의 리뷰)으로 기록되었으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3백만 부 이상 팔렸고,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놀라울 정도로 시사적이다.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여성’과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처음으로 다루었고 이후 이 주제에 관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신의학계에 혁명을 가져온 이 책에서 필리스 체슬러는 가부장제가 광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만들어왔으며 정신과학이 사회적 통제의 한 형태로 광기를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집요하게 분석했다. 신화, 역사,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실제 환자의 인터뷰에 녹여내 분석한 저자는 여성에 대한 끔찍한 이중 기준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아울러 2005년 개정증보판에서는 전면적인 수정과 개정을 거쳐 섭식 장애, 항우울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 중독, 성욕, 산후 우울증 등을 포함해 오늘날 여성의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치료와 심리학의 세계는 많이 변했지만, 이 책은 출간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게 남아 있다.

● 현대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정신과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 책은 여성의 심리학 혹은 말하자면 데메테르와 네 딸, 그리고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딸 엘렉트라의 여러 모습에 관한 책이다. 아울러 20세기 들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정신의학적인 환경에서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치료하고 있는지를 다룬 책이다. 어떤 신화들은 우리 시대 여성의 성격에 관한 기원과 모델로서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인다.” _필리스 체슬러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광기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듯이, 이 책은 여성에게 주어진 조건과 우리가 ‘광기’라고 부르는 것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책은 또한 자기 자신을 ‘신경증’ 혹은 ‘정신병’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다고 여겨지는 여성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정신과 치료 혹은 정신과 입원을 요한다고 진단받는 여성들에 관한 책이다. 여성이 그와 같은 도움을 ‘왜’ 청하는지에 관해,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무엇’을 경험하며 그런 도움이 어떻게 간주되는가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런 여성들이 도움을 ‘어떻게’ 받는지 혹은 못 받는지에 관해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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